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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야기

캠핑을 시작하다

by jerycamper 2023. 1. 30.

생에 첫 카라반

어느 해 늦은 봄 우리 가족은 생에 첫 카라반에 1박을 했었다.
아내가 대뜸 카라반을 예약했다고 말했고, 어딘가 해서 보니 예약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던 용인 자연휴양림 카라반 사이트였다. 주말에 도착해 카라반을 보니 펜션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카라반의 좁은 공간과 함께 바로 앞 데크에서 즐기는 바비큐가 야외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기분이 들게 했던 것 같다. 우리 외에도 주변 카라반에 사람들이 지냈었는데, 야외 데크에 텐트를 쳐서 카라반과 함께 즐기는 것을 보고 ‘캠핑도 할 만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겁도 없이 말이다.

처음으로 이용한 카라반
첫 카라반 ㅋ


우리 캠핑 갈까?

캠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라서
- 호텔, 펜션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때만 해도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 세 살 된 우리 딸이 책이나 그림이 아닌 자연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들으면서 컸으면 하는 마음


아내에게 초기 비용은 지금 취미생활을 청산해서 마련할 테니 캠핑을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았고 흔쾌히 그러자고 말해주었다.


텐트만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취미의 일부를 중고로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모였다. 그리고 마침 집 근처에 캠핑 페어를 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요즘 캠핑 트렌드 구경도 하고 장비도 마련할 생각에 캠핑 페어로 갔다.
거거익선이라고 했던가 첫 텐트는 그래도 큰 걸 사고 싶은 마음에 무려 4x6m짜리 투룸 쉘터를 산 뒤 롤 테이블과 릴랙스 체어, 롱 체어를 산 뒤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거의 다 샀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자잘한 장비는 인터넷에서 사고자 장바구니를 채워가고 있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 자잘한 장비들 가격이 텐트값만큼 나갔다.
결국 여윳돈이 남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장비를 사고 나니 내 지갑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하지만 개미지옥 입구에 이제 겨우 한 발짝 걸쳤을 뿐이라는 것을 이땐 알지 못했다.

첫 캠핑페어
첫 캠핑페어에 가다


친구야 캠핑 가자

최근 지인의 초대캠을 갔다 왔다는 친구가 있어서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도 캠핑 장비를 조끔씩 모으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마침 예약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있어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그 친구도 초대캠이 아닌 본인 장비로 직접 가는 캠핑은 처음이라 서로의 기념비적인 첫 캠핑을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 첫 캠핑은

첫 캠핑을 하러 갈 준비를 마치고 나니 계절은 어느덧 여름이 되었다. 한여름 캠핑은 비수기 캠핑이라고 하던데 왜 그런지는 추후 추계와 동계캠핑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찌는듯한 더위와 엄청난 벌레떼, 사이트 건너편에 고속도로가 있어서 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비치는 불빛과 소음, 한밤중에 갑자기 전기 차단기가 내려갔던 일... 지금 생각해 보면 좋았을까 싶었던 캠핑이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처음 텐트를 피칭하던 순간이라던가 온갖 곤충과 개구리가 울어대던 소리라던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모기장 너머로 보이는 숲이라던가 그 모든 과정과 풍경들이 처음이라는 마법에 홀려 좋은 경험으로 각인된 순간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우리는 첫 캠핑을 성공적?으로 보낸 뒤 캠핑을 안 가면 병나는 사람마냥 캠핑을 다녔다.
한 달에 최소 3번은 말이다...


후에 같이 간 친구에게도 그날 경험에 대해 물어봤는데 초대캠과는 다르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부족한 캠핑 장비를 새로 모으고 있다고 전하더라.

첫 캠핑에서 우리 텐트첫 캠핑에서 친구네 텐트
그 캠핑 날 우리 텐트와 친구네 텐트


캠핑이 어떤 게 좋아요?

첫 캠핑 이후로 시간만 나면 캠핑을 다녔다. 추계캠핑도 다니고 캠핑의 꽃이라는 동계캠핑도 다니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쌓이고 캠핑장이나 캠핑 장비에 대한 이야깃거리도 쌓였다. 누군가가 캠핑에 대해 물어보면 팁 정도는 줄 수 있겠지 하고 말이다. 그냥 막연하게 캠핑이 어떤 게 좋냐고 물어봐도 이렇게 대답해 줄 수 있게 되었다.

하나. 시간은 빨리 가고 계절은 천천히 간다.
주말에 캠핑을 다니면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다음 캠핑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평일도 금방 지나간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1년이라는 시간도 금방이더라. 다만 계절의 변화는 천천히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캠핑을 다니기 전에는 사람들이 어느새 반팔을 입으면 여름이구나, 어느새 패딩을 입으면 겨울이구나 하고 계절이 바뀜을 알았다. 하지만 캠핑을 다녀보니 매 주말 우리 주변의 풍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색깔로, 냄새로, 소리로, 피부로 그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둘.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캠핑을 하러 가기로 한 날부터 장비를 차에 싣고, 내리고, 텐트 피칭하랴 세팅하랴 다 끝나면 주변 풍경 잠깐 본 뒤 밥하랴 뒷정리하랴 온종일 몸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래서 그 시간에 다른 잡생각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당장 시간은 가고 눈앞에 할 게 많으니까 그걸 하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에 잡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그것만으로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냥 고요하고 평화롭고 여유롭다.
몸이 힘들다 보니 머리까지 일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캠핑장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머리가 쉬는 날이다.


그래서 캠핑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마냥 캠핑이 좋다고 일단 시작해 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돈이 많이 들어간다... 호텔이나 펜션 대비 캠핑장 숙박비가 적게 들어간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부담이 적으니 더 자주 가게 되고, 그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돈이 쑥쑥 빠져나간다. 차량 이동에 드는 비용이나 음식에 들어가는 비용, 난방비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 비싼 캠핑 장비 구매는 이런 유지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가끔 가는 캠핑은 호텔이나 펜션에 비해 저렴한 건 사실이나 캠핑이라는 게 장비를 사면 캠핑을 가고 싶고, 캠핑을 가면 장비를 사고 싶은 이른바 개미지옥이나 다름없는 취미라 정신 차리고 보면 매달 카드값에 손을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이라는 취미는 정말 건전하고 주변 친구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으며, 지친 삶에 힐링이 되는 취미라 할 수 있다.
일단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것, 그리고 좋으면 계속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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